그룹명/나의 이야기

보리수 열매를 따며

여해와담헌정 2015. 12. 28. 18:16

보리수 열매를 따며.



용인 전원주택에 사는 원교로부터 며칠 전 전화가 왔다.

“보리수 열매가 빨갛게 익었다. 언제 올래?”

매년 보리수 열매를 수확하여 보리주 담그기를 좋아하는 나를 배려하는 마음이 고맙다.

수홍, 영희와 함께 한달음에 달려갔다.

우리는 초등 중등, 어린 시절부터 정을 나누어 온 반세기 동안의 동무들이다.

만나면 흉허물 없는 대화와 마음 깊은 곳의 비밀 까지도 공유하는 관계다.

영희의 아들이 결혼 한다는 소식에 환호성을 터트린다.

눈이 높아 신부 선택에 까다롭던(젊고 예쁜 아가씨) 노총각이 장가 든다니, 나의 일 같이 기쁘다. ‘연분이 따로 있는기라~~’ 우리는 인연과 연분의 운명론에 일제히 투합한다.


보리수 열매는 빨갛게 농익어 가지에 힘겹게 매달려 있다.

올해 따라 열매가 많이 열려서 무게를 지탱 못한 가지들이 휘청거린다.

바구니에 부지런히 따 담으며 열매를 한 두알 입에 넣어보니, 달짝한 맛이 입안에 가득 돈다. 보리수 열매는 기관지 천식에 효능이 있고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정신을 맑게 해준다.

술에 버무린 보리주는 피로 회복 및 각종 출혈성 질병에도 도움을 준다.

불교에서는 석가모니가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도를 깨우쳤다, 해서 “깨달음의 나무”라고도 부른다.

문득 지난 일요 산행때 이정용 선배님의 앵두 수확의 일화가 생각 난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래서 앵두주 담그기를 꺼려 하는 사모님의 눈을 피해서,

앞 정원의 앵두를 따며, 더운 여름날 땀 뻘뻘 흘리며 ‘내가 왜 이고생인가?’ 한탄의 마음 뒤 쪽에 은근한 미소가 떠오르더라고.

색깔도 고운 앵두주 한잔씩을 마시며 ‘나 오늘 바람 난다,~~’는 K 선배의 익살과 ‘바로 이맛이야,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는 I 선배의 기염과, 술 병 안의 소진되는 앵두주를 아까운듯 안타깝게 쳐다보는 J 후배의 애처로운 눈빛을 생각하니 노동의 괴로움이 갑자기 즐거움으로 변하더라는, 이 선배의 말씀을 들려주니, 수홍 영희 원교가 일시에 “J 후배는 바로 너지?” 라고 외친다. 눈치들 빠르기는~~~ ㅎㅎ

나는 어떤 즐거움을 연상하고 지금 보리수를 따고 있는가?

설마 보리수주 마시고 도를 깨우쳐 속세를 벗어날 꿈을 꾸는건 아닐테고,

기관지 천식도 앓고 있지 않으니 약술일리도 없는데...

여럿이 즐거운 담소와 함께 한 작업에 금방 소쿠리 안에 보리수가 가득하다. 예쁜 병과 담금주 까지 준비해준 원교 덕택에 즉석에서 일사분란하게 술을 담근다.

세 병이나 된다. 부자가 된 마음이다.

재빨리 배분을 한다, 마음 속으로.

한병은 산 정상주 로써의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해탈했다고 엄숙해 지는 선후배의 표정들을 생각하니 웃음이 인다.

또 한 병은 내 생일에 모일 가족들의 몫이다. 큰 며느리 지음이 제일 좋아할 것 같아 마음이 흐믓하다.

나머지 한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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