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이야기

아들의 편지

여해와담헌정 2013. 3. 5. 12:02

벌써 가을이네요. 그리고, 엄마 회갑이네요.

군에 있을때 편지 써보고, 참 오랜만에 쓰는것 같아요.

날이 갈수록 더 무뚝뚝해지는 아들인걸 저도 잘 알고 있지만, 전화한번 드리기도 마음처럼 쉽지 않네요. 엄마 회갑을 빌어 조금은 자상해져 봐야죠... 

 

요 몇년간 참 행복한 일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누나결혼, 원경이 승환이 태어난 일, 행시합격, 내 결혼식, 동민이 태어난 일, 성수 좋은 직장에 들어간 일 등...

엄마 아버지 교육수준이나 친구들과 비교해보면 이러한 것들이 별 것 아닌 일들이고, 어찌보면 일상적으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그동안 우리집안이 참 어렵게 살아와서 그런지 이 작은 행복들에 더 감사하고, 뿌듯하네요.

 

이제는 어느정도 우리집안이 자리잡은것 같아요.

그리고, 이 모든 행복이 다 엄마의 희생으로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제는 좋은일들만 있을거에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유달리 가족의 건강이 신경쓰여요. 건강해야 이 행복도 오래오래 즐기죠.

엄마도 스스로 건강챙기시고, 투자하세요. 요즘 등산 열심히 하시니 참 좋네요.

다만, 지나쳐서 다치지 않도록 잘 조절하시면 좋겠어요.

 

 

아무튼, 좀 더 화목하고 행복한 우리집이 되었으면 하는 과분한 욕심도 가져보네요. 여유가 생기니 아버지의 삶도 이해해 집니다. 세상에는 억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는것 같고, 그런 것들이 정말 못견딜 것이 아니라면 여유를 가지고 이해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추석에 성묘가는 일도 그런것 같아요. 합리적으로만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그래도 가족이니까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아버지의 삶도 엄마의 삶처럼 고달펐으니까요.

아버지는 타협이 어려운 성격이고 우리 가족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삶이니, 가족인 우리가 이해하고 감싸안고 인정해야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이상과 원칙 하나로만 살아온 아버지의 삶이 너무 초라하잖아요. 물론 그 이상과 원칙이 때로는 아집과 독선으로 흐르기도 하지만, 옳고 그른것에 대한 상식적인 판단과 이성은 여태 그래왔듯이 어느정도 접어두고 서로에 대한 인정과 이해로 감싸안는게 더 나을것 같아요. 이성만 내세웠으면 우리가족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고, 이 작은 행복들도 누리기 어렸웠을거예요.  

 

 

좋은 날들만 가득하길 바라며

엄마한테도 더욱 효도하는 아들이 될께요.

 

사랑합니다.

 

아들 진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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