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위에 부서지는 봄볕이 아름답다.삼면이 커다란 유리창으로 둘러 싸인 넓은 방에서 내려다 보이는 의암호는 가볍게 스치는 봄 바람에 수줍은듯 일렁인다. 호수 건너 가파른 암벽산 뒤로 두름산이 보이고 그 옆으로 우리가 올랐던 봉화산도 보인다.
산과 호수가 절경을 이룬 전망 좋은 횟집에서 색갈도 선명한 주홍색 송어회와 소맥으로 산행 후풀이를 한다. 열 한 명이 어우러졌으니,왁자지껄, 시끌벅적 하기도 하련만 워낙 점잖고 매너 있는 도인 들이라 (도인이 달리 도인인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고 유쾌한 분위기다.
같이 가자 했던 20회 강병희 후배가 빠지고 나혼자 끼어든게(사실은 초대 받았다고 해 두자.) 계면쩍어
"후배님들, 나이 많은 선배가 끼어서 재미없고 불편하지요?" 슬쩍 떠 보니,
"천만에, 아닙니다. 원래 재수씨 보다는 형수님 하고 더 친한 것 아닙니까?'"선배님,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 걱정마이소." 여기 저기서 내 마음을 위로하는 말들이 나온다.
"근데요, 사실은 오늘 15회도 관악산으로 갔거든요. 그 친구들 내가 빠져 무척 시원할겁니다.'
왜 그런가? 모두들 눈이 둥그레진다.
"맘 놓고 야한 농담도 못하고 참한 아지매들 한테 작업도 못 거니 불편한게 어디 한두가지 겠어요?'
"하하하 설마 형님들이 그러실려구요." 다들 웃으며
"이 대목에서 여해 선배님을 위하여!" "위하여!"를 외친다. (내가 이 맛에 산다. 18회 후배님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ㅎㅎ)
산행 대장이 다음번 산행지는 강남 쪽에서 찾겠다 하니까, 모두들 완강하게 반대다.
산 좋고 물 좋은, 더구나 맛좋은 송어회가 있는 이곳을 두고, 온갖 잡탕이 들끓는 먼지 폴폴 이는 강남엘 왜 가는냐? 멀다고 못 오는 놈은 가까와도 절대로 안 온다.
잠시 착잡한 표정을 짓던 산행 대장이 "그럼 5월 산행은 삿갓봉으로 합니다."
다들 박수를 치고 적당히 마신, 적당한 기분으로 춘천역으로 향한다.
옅어지는 봄볕과 상쾌한 봄 바람이 온 몸을 적신다. 멋진 산과 좋은 후배들과 함께한 오늘, 아주 기분 좋은 날이다.
"선배님, 다음 산행도 저희와 함께 하실거죠?"
그래도 될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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