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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군성 합동 산행(예천 비룡산, 회룡포)

여해와담헌정 2011. 4. 19. 18:39

 

 전국 군성 합동 산행(예천 비룡산, 회룡포)



 산 벚꽃과 진달래가 드문드문 피어있는 봄 산을 줄을 지어 오른다.  부드러운 흙길에 소나무 깔비가 깔린 길은 무척 폭신하다.

 조금 전 회룡포 주차장에서 만난 서울, 대구, 부산 동문들 200여명은 반가움의 흥분을 서서히 잠재우며 봄 산의 정취에 빠져든다. 크고 작은 나무들의 연녹색 움을 틔우는 몸짓과 한층 분주해 진 산새 소리가 정겹다. 간간이 피어있는 제비꽃과 애기 똥풀이 반갑게 웃는다.

 비룡산 중턱에 좌정하고 계신 아미타불의 인자한 모습에 합장을 하고 장안사를 찾는다. 절 문 바깥, 혹은 대웅전 앞뜰에 피어있는 벚꽃이 눈부시다. 땀을 식히는 소슬 바람에도 분분이 날리는 모습에 누가 "꽃비다."하고 외친다. 정말 꽃비가 머리 위로, 또 어께 위에 내린다. 부처님 전에 공양한 떡과 과상이 요사체 마루에 놓여져 있다. 지나는 길손에게 베푸는 부처님의 자비다. 맛있게 한 점 먹는다.

 절 뒷산의 전망대 팔각정에 올라 회룡포 마을을 내려다본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비상하는 용처럼 휘감아 돈다고 해서 붙여진 마을은 '육지 속의 섬마을'로 불리 운다. 그림 같은 정경이 봄볕 속에 평화롭다.

 봉수대, 용포대, 원산성을 지나 삼강 앞 봉에 오르니 저 아래로 '술이 익어 가는 삼강 주막‘의 초가지붕과 주막을 지키는 500년 넘은 키 큰 회화 나무 두 그루가 보인다.

 봇짐장수와 나그네, 과거 길에 오른 선비들의 숙식처였던 주막. 넉살 좋은 주모가 푸근한 인심과 하룻밤 쉬어 갈 수 있는 휴식을 제공하던 주막은 역사의 뒤안길로 거의가 살아지고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이 예천의 삼강 주막이라 한다.

 삼강(三江)은 내성천과 금천, 낙동강이 합류 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예로부터 이곳은 김해에서 소금을 실은 배가 드나들고 문경 새재를 넘어 서울로 갈 때 거치는 길목이었다. 여기에 묶은 뒤 문경 새재를 지나 한양으로 가면 장원 급제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1900년 무렵 지어진 삼강 주막은 약 8평 남짓한 작은 규모지만 방 2개와 다락, 부엌 등을 갖추고 있으며 먼저 와 있는 객(客)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사방팔방으로 문이 7개나 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한다.

 50여 년 동안 주모를 하다가 지난 2005년 89세 나이로 세상을 뜬 유 연옥 할머니는 '뱃가  할매'로 불리 우며 주막을 운영하며 홀로써 2남 2녀를 키우셨다. 글을 몰랐던 할머니의 외상 장부는 부엌 벽이었다. 생전에 술 한 잔은 짧은 금, 한 주전자는 긴 금으로 표시 해 놓았는데, 외상값을 다 갚으면 그 위에 가로줄을 그었다 한다.

가로줄이 그어지지 않은 금들이 아직도 숱하게 남아 있다니 할머니의 넉넉했던 인심이 짐작된다.

 1933년 대 홍수를 겪고 2007년 몇 차례 보수 작업을 마친 주막을 지금은 마을 부녀회가 운영하고 있으며 은은한 솔잎 향이 풍기는 막걸리가 일품이라는 주막엘 들릴 수 없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무의자봉을 거쳐 회룡포 마을로 향한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길 가엔, 조팝나무가 하얀 웃음을 터트리고 봄 쑥이 지천이다.

 콩가루를 듬뿍 묻힌 쑥을 된장 풀은 물에 넣어 살짝 끓여낸 쑥국의 향내가 나느듯 하다.

 

 넓은 백사장이 아득히 펼쳐 진, 마을을 휘돌아 흐르는 내성천에는 쏘가리, 은어 등이 서식할 정도로 맑은 물이 흐른다. 물 밑 속의 모래알들이 햇볕을 받아 금싸라기 같다.

 산을 오르내리느라 피로 해진 발을 씻고픈 마음을 참고 이름도 재밌는 뿅뿅 다리를 건넌다. 철판에  동그란 구멍을  뿅뿅 뚫어 길게 연결해 놓은 다리가 조금씩 흔들리니 약간의 스릴마저 느껴진다.

 

 회룡포 주차장의 시골 아줌마가 벌인 좌판에서 이 민원 선배님이 봄 쑥을 한보따리 사 주신다. 고마워라, 아까 쑥국 먹고 싶었던 내 마음이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용강 초등학교에서  본격적인 화합의 시간을 갖는다. 운동장 한 켠에 100년이 넘는 수령의 소나무 숲 그늘에서 주최 측인 대구 군성 산악회가 마련한 음식을 먹으며 얘기꽃을 피운다.

 더욱이 상주에서 다양한 사업을 하시는 이 병용 선배님이 새로 개발한 현미 막걸리 200병은  분위기를 흥겹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비룡산 정상에서 이미 서울의 장수 막걸리, 부산의 혼탁 막걸리, 대구의 불로 막걸리를 한잔씩 마셨던 터라, 이거 참 전국의 막걸리 들이 뱃속에서 맛 자랑 하느라 정신없는 것 같다. 따라서 그 뱃속 임자들도 덩달아 정신없이 즐겁다. 모두들 수십 년 전의 학창 시절로 돌아 간 듯 오고 가는 막걸리 잔에 정이 가득 가득 넘친다.

 18회 조 명희 후배가 잔을 들고 찾아온다. 부산 산악회 회장이다. 대견하다. 여자가 산악회를 이끌고 있다니.

 같은 기수(15회)의 대구 회장이 명함을 건넨다. 00회장,**회장, 직함이 네 개나 된다. 자랑스럽다.

 앞에 앉은 양 교수(사진작가)가 카메라의 렌즈를 맞춘다. 잠깐 긴장 되나 '에이, 있는 대로 찍어 보슈.' 하며 웃어 버린다.

 

 봄볕이 옅어지고 그늘이 서늘해진다. 헤어질 시간이다. 갈 길이 먼 서울 팀이 먼저 버스를 타라고 우리의 보배  향숙이 채근한다. 아쉬운 마음이 크나, 내 년을 기약하며 이별의 포옹을 한다. 마음과 가슴으로.

 안녕, 친구들아, 또 군성 산악회의 선후배님들도 모두 안녕!


           2011,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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