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산행기

[스크랩] 송년 산행

여해와담헌정 2010. 12. 10. 13:21

 

 용마산과 두 물머리


 용마산 오름길의 첫 봉인 고추 봉에서 두 물머리를 내려다본다.

초겨울의 잿빛 하늘아래서 강은 소리 없이 멈추어 있다.

 해질녘 울음이 타던 서러운 강은 이제 맨 얼굴로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포근히 안아준다. 마음이 편안해 진다.



 기다리는 강, 두 물머리를 배경으로 세월의 연륜이 쌓인 멋진 소나무 아래서

여덟 명의 친구들은 포즈를 취한다.

 삶의 고달픔이 지워진, 행복한 미소만 사진에 찍혔으면 좋겠다.


 낙엽이 푹신하게 깔린 흙길은 부드럽다. 발밑에서 바스락 부서지는 낙엽소리도 감미롭다.

잎을 떨구고 선 앙상한 나뭇가지가 허허롭다. 인간의 마음도 저 나무처럼 비워낼 수 있다면 얼마나 자유로울까?


 “난 이제 더 이상 못갈따.”

고만고만한 봉우리 대여섯 개를 넘어 오자니 에너지가 소진되어 체력이 딸린다고 외치는 천 명원씨의 구원 요청에 너도 나도 한마음이니 앞서 가던 장 재경씨가 푹신한 낙엽 더미 위에 식탁을 차린다.

 

 포항(변 종일씨의 처남집)에서 공수되어 온 과메기가 압권이다.

적당히 건조되어 부드러운 맛이 생선 특유의 향과 어우려져 입을 즐겁게 한다.

갖가지 양념도 정성스레 준비해 준 종일씨의 부인을 다른 여섯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눈치다. (그러길레 평소때 점수를 잘 받아 두어야지.쯧쯧)

막걸리와 궁합도 잘 맞는 듯 어느새 여섯 통의 막걸리가 동이 난다.

후식은 종합 과일이다.

보들보들하기가 복숭아 같고 시원한 맛이 연한 배 같은, 또 달콤한 맛은 영락없는 홍시며 새콤 달콤 포도 맛 같은 띠 동갑 북한산 아지매 얘기는 후식으로 안성맞춤이다.

800원 짜리 물파스로 작업 건 A씨와 눈웃음 치는 동안(童顔)으로 아사마리한(일본말로 마무리란 뜻이라 함) B씨의 합작 로맨스는 아리송하게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부분이 없지 않으나 A씨의 구수한 입담으로 각색되어 나오니 모두들 배꼽을 잡고 웃는다. 이 대목에서  친구들은 또 많이 부러워하는 눈치다. 특히 C씨가 들어내 놓고 부러워한다.(내가 눈치는 8단이라.ㅎㅎ)


 맛난 음식에다 즐거운 담소로 한껏 포만감에 행복한 우리는 용마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등산객도 많지 않아 고즈녁하고 상큼한 겨울의 냄새를 가슴 가득 들이 마신다.

드디어 정상이다. 845m 표지석을 가운데로 또 한 장의 인증 샷.

산을 정복한 뿌듯함과 만족감이 얼굴에 넘친다.


 경사가 심한 하산 길을 피하여 백산이 이끄는 데로 엄미리 방향을 잡으니 산봉우리 서너 개를 다시 넘는다. 힘들어 투덜거리는 천 명원씨의 인내심이 극에 달한 찰라, 다행히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낙엽 깔린 인적 드문 산길은 편안하다. 완만하여 수월하게 큰길로 나선다.


 무봉리 순대국 집에서의 뒤풀이도 즐겁다.

차기 산우회 회장 건은 모두 관심 밖이고 여기서도 속 과일편이다.

‘우리가 하루에 목젖을 보이며 웃는 일이 몇 번이나 될까?’ 하는 도 진무씨의 물음에 맞아, 나는 한 번도 없을 때가 있다는 걸 느낀다. 불행이다. 나이 들수록 심신이 활기 찬, 즐거운 삶을 영위해야 될 터인즉. 열심히 즐겁자. 그럴러면 친구들과 어울려 산을 오르는 일에도 절대로 빠지면 안되겠지.

마음껏 웃고 기분 좋은 하루의 겨울밤에 별 하나 반짝인다.

            2010, 12, 5


출처 : 군성가족의 옛추억(고15/중18)
글쓴이 : 여해 원글보기
용마산 송년 산행.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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