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산행기

불곡산 산행기

여해와담헌정 2010. 5. 6. 15:21

 10시 35분 양주역에 도착하니  15회 친구들 장석표,허동화, 손용수, 김상수 네명이 반갑게 맞이한다. 나하고 다섯명이다. 단촐하다.버스를 타고 양주 시청에 내려 불곡산 초입에 들어선다.

 작년 여름에 한번 올랐던 산인데도 그리 낯익지는 않다. 산행 코스가 달라서 인가? 아님, 산세나 산길에는 굉장히 무딘 나의 어설픔 때문일까? 오월의 햇살과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천천히 오른다. 진달래와 산벚꽃이 만발해 눈을 즐겁게 한다. 북쪽에 있는 산이라 지금에사 꽃들이 잔치를 벌이는 향연에 우리가 때를 잘 맞추어 온것 같다.하얀 조팝나무의 향기가 코를 간지럽히고 파랑, 노랑, 보라 등 이름 모를  야생화의 앙증스러운 모습도 귀엽다.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머리가 띵하고 어질어질하다.아침에 이런 상태로 산엘 갈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지만 혼탁하고 심란스런 몸과 마음을 신록의 푸른 기운에, 또 편안한 대자연의 품에 안겨 지친 심신을 위로 받고 싶은 욕망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참 잘 온 것 같다.

 제 2보루를 지난 산등성에서 아이스케키를 팔고 있다. 진달래 꽃그늘 아래 앉아 아이스케키를 먹는다.

중고등 시절 대구에선 백운당 아이스케키가 제일 맛있었다.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가 이럴때 참 좋다. 다들 '아, 백운당 아이스케키' 하며 추억에 젖는 표정이다.

 맛있게 먹는 모습이 나이를 초월한다. 사진기가 없어 이런 재밌는 광경을 찍지 못하는게 좀 아쉽다.

제3보루, 4보루를 오르 내리는 암릉 구간엔 계단과 밧줄을 설치해 무척 수월하나 또 스릴도 느껴져 너무 재밌다. 상봉아래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암릉이나 그것도 가뿐히 올라 서니, 아, 470.7m정상이다. 등산객이 많지 않아서 좋다고 했는데 정상엔 꽤 몰려있다. 바람도 시원히 불고 내려다 보는 시야에 산의 모습이 어여쁘게 다가온다. 푸른 신록의 나무들 사이에 분홍빛 진달래와 하얀 산벚꽃의 어우러진 모습이 포근한 느낌이다.

 정상을 조금 비껴난 그늘에서 점심을 먹는다. 막걸리도 마신다.시원한 맛이 단숨에 더위를 날려준다.

 임꺽정봉을 향하여 오르는 길을 꽤나 가파르고 힘이 든다. 지금은 암벽에 징을 박아 밧줄을 잡고 오를 수 있어 수월하나, 그옛날 관헌의 추적과 눈을 피해 험한 암릉과 거친 산길을 헤치고 숨어 들은 임꺽정의 고난이 느껴지고 그 용맹성이 감탄스럽다. 임꺽정 봉에도 에외없이 꽃나무들이 많다.

 오늘  불곡산 산행을 택한건 정말 잘했다고 장 석표회장을 칭찬했다, 다들.

 제 8보루도 지나고 계곡길로 하산하는 길은 짧고 수월했다. 내려올때 항상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나에게는 안성마춤인 산이다.

하산 끝자락에는 봉숭아 밭이 있어, 활짝 핀 진분홍의 복사꽃을 보며.'복사꽃 능금꽃이 피는 내 고향...'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리는 지나간 노래를 같이 부른다.

진달래 꽃이 다 지기 전 빠른 시간 안에 한번 더 와야겠다고 다짐하고 버스를 기다리며 다시 한번 산을 올려다본다. 아기자기하고 어여쁜 불곡산이 밝은 오월, 하오의 햇살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