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산행기

雲海에 잠긴 관악산

여해와담헌정 2010. 6. 28. 14:58

.안개비가 소리없이 내리는 유월의 산은 고즈녁하고  싱그럽다.

산 초입에선 가늘게 내리는 비를 피하느라 우산을 펴 들었으나, 산 속 깊은 품속에선   한그루의 나무, 또 한 포기의 풀잎 같은 마음이 되어 우산을 접는다. 3년 만에 오르는 관악산이지만 어제 본듯 정답다.

 

 일행은 10회 선배님과 12회 선배님들, 그리고 20회 강 병희 후배와 15회 나, 모두 14명이다.

특별 게스트여서인지, 아님 여자가 딱 둘 뿐인 희귀성 때문인지 선배님들이 무척 반겨주신다.(착각인가?)

 

비오는 날이니, 짧고 안전한 코스를 잡겠다는 이 상건 선배님을 선두로 쉬엄쉬엄 산을 오른다.

.습한 날씨라 땀이 많이 나나 의외로 발걸음은 가볍다.

간간이 쉬며 선배님들이 준비해 오신 수박과 꼬마 토마토를 먹으며 갈증을 해소한다.

멀리 보이는 국기봉을 배경으로 하여 단체 사진을 찍는다.박 이환 선배님의 찍사 실력을 익히 아는 봐, 모두를선남선녀로(너무 도취하나? ㅎㅎ) 만드셨음에 틀림없다.

 

 산 등성이 곳곳에 정자가 있다. 붉은색 팔각 지붕에 성급한 아카시아 노란 낙엽이 점점이 떨어져 누워 있는 모양이 어여쁘다.가벼운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니 잎사귀에 머물러 있던 빗방울들이 후두득 떨어진다. 떨어지는 빗방울에 까치 수염 하이얀 꽃봉우리가 한들, 놀란다. 잎이 부딪치는 소리와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산새 소리가 화음을 이룬다.  산허리를 휘감고 흐르는 운무가 녹음 진 여름산과 어울려 한폭의 수채화 같다.

 

산 능선 편안한 길을 몇차례 오르락 내리락 하니 헬기장이다.자리를 펴고 정상주 한잔할 채비를 차린다.

행동식이라지만 말이 그렇지, 진수성찬이다. 이 민원 선배님의 즉석 참치 사라다는 내 입맛에 딱이다. 마요네즈 좋아하는 나의 식성을 어떻게 아셨나? 사모님께 고마와 해야겠지?

정해근 선배님의 정구지 전도 일품이다.빨간 고추를 살짝 썰어 넣어 때깔도 곱다.새벽부터 준비하시느라 잠을 설치셨는지, 왠지 좀 부스스하시더라니.

유세환  선배님이 손수 깍아 주시는 참외는 왜 이리 달꼬?

얇은 연기 같은 운무가 코끝을 스치고 비를 실은 바람을 맞으며 쭉 들이키는 정상주 한 잔!

엉겁결에 작가로 (선배님들이 성급하게 붙여주신) 둔갑한 약쟁이는 기분이 좋아서 두 잔이나 마신다.

산이 좋아서 한 잔, 선배가 좋아서 한 잔.

 

하산하는 길에 들른 마당 바위에서 氣를 받는다. 희안하게 생긴 남성 상징물이다. '눈으로 보기만 해서야 氣가 받아 지나? ' 속으로 궁시렁거리며 발로 쾅쾅 밟고 싶은걸 참는다. 차마 선배님들 앞에서 왈가닥 행세를 할 수야 없지.

두번째 천연 조형물, 돈 생긴다는 똥 바위는 병희 후배와 둘이서 한참을 어루만진다. '돈 많이 생기면 선배님들 술 사 드려야지.' 하며.

비는 그치고 밝은 낮 기운이 산속에 스며든다. 아까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산 봉우리들이 가까이,또  멀리서 웅장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관악은 너른 품으로, 인생사 부질없음에 고난한 인간을 감싸 주는 것 같다.

 

사당동 먹자 골목의 두부집에 자리를 잡고 12회 선배님들의 황산 여행 선물인 중국 술로 건배를 한다. 입술에 살짝 대어보니,혀를 콕 찌르고 콧 속으로 독한 햫내를 뿜는다. 도수가 52도나 된다하니, 스트레이트는 자신 없다. 물을 섞어 간을 맞추니 비로소 술은 향기로와지고  한 모금 마시는 나도 향기로와진다.

 

2차를 간다. 노래방으로.

비슷한 연배인 우리는 노래도 서로의 마음에 와닿게 부른다.

신세대 노래가 아닌, 흘러간 노래를 부르며 아련한 추억에 젖는듯 하다. (내 느낌)

근데, 왠 가수가 이리 많나? 무조건 100점이다.노래방 기계가 무척 인심이 좋은지고.

약사인지 가수인지 모르겠다. 하시는 이 동건 선배님의 칭찬에 나는 정신 못 차리고 세곡이나 불렀다.

북문연 신입 회원 환영식을 거하게 해 주시는 (김치국부터 마셨나?) 선배님들 덕에 모처럼 삶의 찌꺼기와 스트레스를 확 날려 버리는 하루였다.

 

귀가길에 여름 저녁 하늘을 올려다 본다. 구름이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바람도 기분좋게 일렁인다.

 

PS; 중국에선 雲霧를 雲海라 한다는 이 무성 선배님의 말씀을 듣고 제목을...(학습 잘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