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산행기

12회 선배님들의 산행에 끼어들다.

여해와담헌정 2010. 6. 10. 17:47

며칠전,12회 선배님들의 중국 황산 트레킹에 동참 하지 않겠느냐는 제의에 마음이 반짝 흥분 되었는데, 마침 떠나는 날이 시어머님의 기일이라 황산을 포기하는 아쉬운 맘을 풀고자  첫째주 일요일에 하는 선배님들의 산행에 끼어 들기로 했다.

과천 대공원 2번 출구로 나오니, 선배님들과 어부인들이 반갑게 맞아 주신다.

그동안 군성 산우회에서 뵙던 분들이고, 아! 따져보니 나와는 인연의 끈들이 하나씩 연결되어 있다.

이 민원 선배님은 내 대학 친구의 사촌 시동생이시다. 그래서 진작부터 나를 형수라고 불러 주신다.

이 동건 선배님은 나의 부중 동창인 이 동걸의 친형이시니, 나에겐 오빠 뻘인가? 동생 보담 훨씬 유모러스 하고 얼굴도 잘 생기셨다.

김 일두 선배님은 나의 초등, 중학교, 고등학교의 친구인 김 원교의 친 오빠이다. 그러니, 그 어부인인 천여사를 올케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터.

이 정용 선배님은 그 부인이 나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삼덕 초등과 경북여고, 또 약대 1년 후배이니 13년이나 같은 교정에서 청운의 꿈을 꾼 동지이고,

또 한분 김 교덕 선배님은 오늘 처음 뵈어 제일 낯 선 분이었으나, 족보를 따져보니 아이쿠, 경북여고 친구 교임이의 오빠라 하시니, 정말 '세상은 좁다.'하지 않을 수 없다.

나머지 한 분, 이 무성 선배님만 부중 선 후배 라는 사실 말고는  별 다른 인연이 없으나, 알 수 있나? 미래에 어떤 기막힌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지. 일테면 사돈의 팔촌 지간이 된다든지 하는.ㅎㅎ

이 정도면 15회에서 살짝 빠져 (사실 오늘은 15회의 정기 산행일이다.)12회 선배님들의 산행에 끼어드는 변(辯)으론 훌륭하지 아니한가!

 

미술관 옆길로 오르는 청계산은 무척 조용하다.초하의 녹음이 우거진 산길은 푹신한 흙길이며, 아카시아 꽃잎이  떨어져 깔린 하얀 융단 길을 걷는 발걸음이 절로 가볍다.

바람 한 점 없는 더운 날이나,그래도 싱그러운 유월이다.  한두 송이만 남아 애처로움을 보이는 철쭉과  간혹

   풀 숲에 숨은듯 피어 있는 야생화의 파란 꽃잎도 정겹다.무성한 나무잎들 사이로 비추는 햇살이 눈부시듯 밝다.

앞서 걷던 이 무성 선배님이 "이 열매 본 적 있어요?" 하신다.  푸른 열매가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 모양이 꼭 청포도 송이 같다. 망개 열매라 한다. 이름도 귀여운 노루발톱 풀, 생강 나무, 싸리 나무, 또 산초나무 등 온갖 풀과 나무 이름을 일러 주시는 선배님은 살아있는 식물 도감이다.

더구나 산초 나뭇잎을 비벼서 코 끝에 갖다 대며 냄새를 맡아 보라 하시는 친절함도 겸비한.

담쟁이의 다른 이름 '청라"도 알으켜 주신다. '....청라 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노래를 흥얼 거리는 사이, 작은 폭포에 다다른다 .보기만 해도 땀이 가시는  폭포가 청계산에 있다니!  참 보배로웁다. 이 동건 선배님이 색갈도 예쁜 오미자 차를 한 잔 주신다. 더위가 저만치 달아난다.

 

매봉을 향한 깔닥고개를 앞두고 일두 오빠가 베이스 캠프를 친다. 베낭도 어부인 등으로 미룬 것으로 봐서 어디가 불편하신가 보다. 이 민원 선배님이 동무하여 그냥 남겠다 하신다. 회장님으로써의 책임감과 의리를 발휘 하시는거겠지.

 

길이 무척 가파르다. 숨이 차며 다리가 뻐근해 온다. 쉬운 산이란 없다.세속의 번잡함을 벗어나 자연의 편안함에 안기고 싶은 인간의, 인내를 잠시 시험하는듯 산은 까탈을 부린다..산에선 절대로 급한 마음을 먹어선 안 되는듯 하다. 뒷 사람에게 길을 양보하고 물도 마시며 천천히 오른다. 턱에 차 오르는 숨을 고르며 잠시 걸음을 멈추고 휘 돌아 보면 녹음 우거진 산이 나를 안아준다. 그 품이 포근하다.

 

이윽고 매바위 전망대다.

멀리, 관악산이 보이고 작은 호수를 품은 대공원 넓은 뜰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벼랑 끝, 조금 아래로  매 한마리가 앉아 있다. 날카로운 부리 하며 꼭 매의 형상을 닮았다. 자연의 신비로움을 또한번 느낀다.

뿌리에서 다섯 가지가 뻗어 자란 큰 소나무(이 동건 소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는다.

캔 맥주로 입가심을 하고, 이 종용 선배님의 뜰에서 자란 앵두로 담근 앵두주를 한 모금 마시니, 무척 달고 맛있다.  베이스 캠프에 남아 있는 두 선배님을 칭찬(?) 하는 재미는 훌륭한 안주가 된다.

 

경사가 급한 길을 조심스레 내려오니, 사람들의 떠들석한 소리가 들린다.

어? 선배님들이 계신 곳인데?

대 여섯 되는 산행팀들이 계곡 주변에 진을 치고 물놀이, 윳놀이 들을 하느라 법석이다.

이 산행 코스도 이젠 많이 알려진 모양이다. 고즈녁하던 산의 분위기가 훼손 된듯 하여 좀 아쉬운 마음이 든다.

과연 회장님네의 베낭에선 맛있는 행동식이 나온다.

사돈댁에서 보내온 문어는 단연 압권이다. 삶은 솜씨며 양이 푸짐하다.

소주를 곁들이니, '바로 이 맛이야! ' 다.

나도 사돈 있다고, 목포 사돈이 홍어를 잘 보내온다, 고 했더니 "그 홍어 맛 좀 보자."고 선배님들이 압력을 넣는다." 덕분에 냉장고 청소도 하지 않느냐? "고 사모님들도 거든다. 부창부수다.ㅎㅎ

 

대공원역 부근의 포장마차(?) 를 찾아 들어 잔치 국수를 먹고 막걸리로 건배를 한다.

회장님의 "오늘 즐거운 산행을 위하여" 에는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를 합창 하신 분들이

내가 "삼덕 초등을(무려 네명이 삼덕 출신) 위하여" 하고 외치니, "치아라, 치아라, 치아라." 한다.

 이 왠 쿠데타!

 

참말 유쾌하고 즐거운 산행이었다.

익살스럽고 재치 있는 대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우정, 그리고 살가운 부부애를 보여 주시는 선배님들의 모습도 보기 좋은 오늘은, 아주 나이스한 날이었다.

 

PS: 15회 에서 민적(民籍) 파 가라고 하면 어찌 할꼬?

 

                         2010,   6, 6.

 

 

'산행기 >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송년 산행  (0) 2010.12.10
雲海에 잠긴 관악산  (0) 2010.06.28
불곡산 산행기  (0) 2010.05.06
황금빛 억새 위로 눈이 내리고  (0) 2009.12.07
c조의 철량산 산행기  (0) 2009.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