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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행을 앞 둔 전날 밤엔 어김없이 잠을 설친다. 서너 시간 자는 둥 마는 둥, 심신이 좀 고달픈 느낌으로 집을 나서서 신사역에 도착하니,6시40분.선,후배님들과 반갑게 인사 나누고 자리 잡고 앉아 ' 15회 누가 오겠지 '하며 옆 자리에 배낭을 올려 자리를 하나 확보해 놓는다. 차는 출발하는데, 아니 이럴 수가! 15회에서 한 사람도 안 오다니.잠깐 실말감에 젖는데 다행히 우리 군성회의 미남 18회 준수씨가 옆자리에 앉는다 .더더구나 3년 후배 아닌가!.(닭 대신 꿩이다. 후후) 준수씨가 mp3로 좋은 음악을 선별해 귀에 꼽아 주는 둥 살갑게 군다.많은 누나들 틈에서 자란 사람이라 무지 다정다감하다.
버스는 세시간 가까이 달려 봉화 청량산 들머리에 닿는다. 산우회 회장님의 산행 안내는 ,힘 들지 않고 쉬운 듯 ,헤이 고 정도는 하겠지 하는 자신감을 안겨 준다.
허나, 웬 걸! 차에서 내려 입석 등산길 초입부터 사람 물결이 계속 너울거리고, 우리 일행 잃어 버리지 않을려고 바삐 걷다 보니,벌써 다리가 뻐근해온다. 어찌하누? 걱정이 되는 찰나, 뒤에서 들리는 반가운 구조 말씀, "환자 한 명 있고, 보호자 한 명 c조 편성합니다." 무조건 가입이다. "간호사 자청합니다." 이리하야 ,환자 김 상기후배(발목 인대 손상_2주 진단서 확보)와 보호자 이상희 후배님 그리고 나는 유유자적, 청량산 산행을 시작한다.
아름다운 산이다. 기암괴석이 봉을 이루며 최고봉인 의상봉(장인봉)을 비롯해 보살봉(자소봉) 금탑봉 연화봉 축용봉등 12개의 암봉이 총립해 있고 봉마다 대(臺)가 있으며 자락에는 8개 굴과 4개 약수, 내청량사(유리보전)과 외청량사(응진전), 이퇴계 사당인 오산당(청량정사)등이 있는 산이다. 쉬엄쉬엄 오르며 뒤 돌아 보는 시야엔 가까이로 멀리로 기이한 모양의 암봉과 층암절벽이 울긋 불긋 수 놓은 병풍같이 둘러처져 있고,좀 세게 부는 듯한 바람에 옻나무 산벚나무와 굴참나무의 단풍든 노오란 잎들이 쓰르르 혹은 하늘거리며 어께위에,머리 위에 툭, 또는 살폿 내려앉고 우뚝 우뚝 솟아 있는 바위 곳곳에도 가을이 어여쁘게 물들어 있다.퇴계가 자신의 詩調에서 "철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는 나와 백구뿐"이라고 읊은 데에서도 잘 나타나듯 청량산의 산세는 정말 절경이다.
두 후배님들의 여유로움도 즐겁다. 뒤에서 올라오는 사람에겐 어김없이 길을 비켜 주고,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에겐 꼭 인사를 챙긴다. 몇시에 오셨느냐? 어디서 오셨느냐? 꼭대기까지 갔다오시느냐? 자상하기도 하지.
금탑봉이 병풍처럼 둘러선 깍아지른듯한 수직벽 아래,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곳으로 알려진 응진전 문 앞엘 오니, 주인장이(아마 스님이겠지) 기왓장에 이렇게 써 놓았다.
"지금은 부재 중이오니, 아래 전화로 연락 주세요.011-ㅇㅇㅇ-ㅇㅇㅇㅇ" 기와 한장이 집을 지키는 고적감은 조금 옆에 떨어져 있는 무위당(無爲堂)에도 감돈다.
자란봉을 향하여 오르는 길은 꽤 가파르다. 한 순간 현기증이 일어 (정말 눈 앞이 하얘지고,머리속이 빙글 도는 듯) 염체 불구 좁은 산 길에 주저 앉으니, 깜짝 놀란 두 후배가 "선배님, 괜찮으세요?" 하며 물을 마시게 하고 쵸코렏을 입에 넣어 준다. ,자칭 간호사가 환자와 보호자에게서 보살핌을 받다니, 이거 영 체면 다 구긴다.
선학봉을 건너는 구름다리를 포기하고( 정말 눈물겨운 아쉬움이다.) 우리 c조는 청량사로 방향을 잡는다. 풍수지리학상 길지중의 길지로 꼽히는 청량사는 육육봉(12봉우리)이 연꽃잎처럼 둘러싸고 있는 연꽃 수술자리에 해당하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신라 문무왕 3년에 원효대사가 세운 절로써 공민왕의 친필인 현판, 유리보전(琉璃寶殿)과 종이로 만든 지불(紙佛)이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유리보전이란 약사여래불을 모신 곳이란 뜻이라고 후배가 일러준다. 유식하기도 하지.
약사여래 부처님께 참배하고, 나는 기와 불사에도 동참하는 여유를 갖는다.
삼각우총(세갈래로 가지가 뻗어 있는 老松) 그늘에서 잠시 쉬며,지현 스님의 시를 가만히 읊조려 본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꽃이 필까 잎이 질까 아무도 모르는 세계의 저쪽
아득한
어느 먼 나라의 눈 소식이라도 들릴까....:
안심당엘 들려, 커다란 유리문을 통해 산을 내려다 보니, 청량산은 인간사 잡다함을 가슴에 품고, 따뜻한 어머니의 모습같이 포근하다.
자, 내려가서 곡차 한잔 해야죠. 해서, 자리 잡은 곳이 "들꽃 피는 가게" 한쪽 자리. 빈 속에 동동주 한 사발을 쭉 들이키니 가슴이 쏴하고, (청량산의 가을 정취를 맘껏 느낀 덕택이리라.) 입이 달다.
무척 사교적인 후배님들은 단번에 옆 자리의 사람들( 그 팀도 초등 동창 산우회)과 친해져 술잔이 오고 가고,내가 화장실 다녀오니,"예쁜 언니 이리로 좀 오이소" 하며 청하길래( 예쁘다 하는데 안 넘어 갈 수가 ,더더구나 동동주 몇 잔에 알딸딸한 기분이니 ,) 옆에 가 앉으니, 악수를 청하고 손을 쓰다 듬고 난리다. 그 들이 떠난 후 후배 왈,"제가 선배님 손 잡으면 승진도 하고 좋은 일 생긴다고 했거던요.하하" 이래 과대 광고 하면 공정거래에 안 걸리나? 정말 못 말려.
뒤 늦게 하산하는 선후배님들과 반갑게 해우하고 바람도 슬슬 잦아드는 청량산의 가을볕을 등 뒤로 서울로 향하는 차속에서, 오늘 우리C조의 산행은 , 유유자적 앞 뒤 옆 다 살펴가며, 낯 선 이들과도 잠시 동무되고, 느린 듯 여유로운 모습이어서 (,앞으로 남은 여생도 이런 모양이면 좋겠지)무척 만족스럽다고 자평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