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산행기

도봉산 산행기

여해와담헌정 2009. 5. 28. 14:12

제목: 도봉산행기
이름: 김정연


등록일: 2008-10-16 17:52
조회수: 196


지난 여름 체력 관리를 못 한 탓인지, 아니면 나이 들어 늙어지는 자연스런 현상인지, 근래에 몇 번 산에 갈 때마다 다리 근육, 팔 근육이 아프
면서 숨이 차고 가슴이 뛰어서 가다 쉬고,오르다 쉬고를 너무 자주 하는 바람에 산행 친구들한테 너무 미안한 폐를 끼치는 고로, 12일 산행은 혼자서 쉬엄쉬엄 청계산(과천 미술원 뒤의 한적한 길)을 갈까 했는데, 18회 후배 최 경애의 간곡한 권유로 도봉산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도봉산역에서 백산과 그의 친구, 그리고 18회 후배 (정변, 하워드, 경애) 3명과 나 , 총 6명이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는 백산 일행을 살짝 따 돌리고(낯선 사람에게 폐 끼치지 않을려는 나의 작전) 우리 넷은 보문 능선으로 길을 잡았다. 나의 포터 준수씨와 백구야가 없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갸냘픈 정변 베낭에 내 짐을 덜어 넣고, (정말 마음이 아플 지경) 스틱 2개를 집고 천천히 산에 오르기 시작 했다.


우와! 정말 사람들이 너무 많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사람물결. 먼지가 풀풀 일고, 사람들의 거친 호흡에 도봉산의 나무와 풀과 , 꽃들은 상처 받고 마음들이 상해 풀 죽은 모습이고,심지어는 곧 잘 보이던 다람쥐들 조차 몸살 났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그래도 어쩌랴, 도시의 온갖 공해와 삶의 고달픔에 찌든 때를 모처럼 청량한 가을날, 도봉산 웅장한 산의 품에 와서 훌훌 털어 버리고 가겠다는 소박한 인간의 염원을 그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언니, 괞찮아? 앞에서 자주 뒤돌아 보며 경애가 걱정을 한다. 그런데로 천천히 오르고, 가끔 쉬면서 시원한 바람에 큰 숨도 쉬고 하니 아직은 별 탈이 없다.1시간 반쯤 올랐나? 우이암 삼거리 못 미쳐, 앞서 간 정변과 하워드와 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백구야가 만면에 웃음을 띄고 우리를 맞아준다. 정말 반가와!


우이암 삼거리를 향하여 가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더욱 자주 쉬는 나를 보고 ,
선배님, 이젠 조금만 가면 멋 진 경치 보거던요.
그래 언니, 시원한 바람도 자주 불어.
하워드와 경애의 꼬심에 마지 못한 듯 뒤따르면서도 나는 가끔 꾀를 부린다.

어머나! 이 빨간 열매는 뭐지요? 앞서 가는 정변의 주의를 끌어 ,나는 고 단새 좀 쉬고, 정변은 글쎄, 이파리는 벚나무잎 같은데, 맛 좀 볼까?
그럼 산버찌? 맞아요 버찌 맛이네요. 이렇게 예쁠 수가!! 산 벚나무의 이파리도 빨갛게 물 들어있네.


자, 이리 와 보세요!
갑자기 사방이 확 트이며 내가 올라선 바위에서 왼 쪽으로 눈을 돌리니, 아기자기한 오봉이 코 앞에 와 있고 맞은 편 자운봉 아름다운 자태가 한 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후련하게 뚫리는 것 같다. 가을 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소슬한데, 나는 눈을 감고 산을 호흡한다.가을 도봉산이 나를 에워 싸고 나에게 정겨운 웃음을 짓는다.

그 많던 사람들도 산의 넉넉한 품 속으로 숨어 드니, , 고즈녁한 산의 기운이 비로소 느껴진다. 산새소리와 가을 풀벌레 소리도 귀를 간지럽힌다.배도 슬슬 고파지는군. 칼 바위 그늘 자락을 찾아 점심상을 차린다. 진수성찬이다. 웰빙 복분자주를 한 잔 마시고,정성이 깃든 반찬으로 밥을 먹으니, 꿀 맛이다.(청량고추와 명란젖을 배합한 경애의 반찬이 일품이었음)


2시 30분. 하산을 서두른다. 백산을 산자락 주막에서 만나기로 하였으니.
" 내리막 다람쥐 "라는 놀림을 받으며 ,가뭄에 목 말라 하는 계곡의 옆 길로 내려오니, 구름다리도 두어개 지나고 , 아! 김 수영 시비가 있네.
요절한 저항 시인의 고뇌를 정변이 이야기한다. 정변은 아는 것도 너무 많아.글도 잘 써.또또...
 

주막집에서 백산의 친구가 아닌, 직장 후배와 정식으로 인사하고 본격적으로 하산주를 마시니, 분위기는 무르익어 화기애애함이 끝이 없어라. 그 중에서도 백산이 고백한 에피소드 한 토막이 압권이었다.
"전철에서 하워드를 만났거던, 반가와서 인사하고 ,어느 산에 갑니까? 하니, 하워드가 생둥맡게 ,말 안 하겠심더. 하더니 저 쪽으로 식 피해 가더니, 하이팟인가 뭔가를 열심히 들여다 보며 모른 척 하는기라. 하 그래서 이거 한대 얻어 맞은 것 같이 골이 띵 한게 영 기분이 말이 아니라. 내가 뭐를 잘 못했나? 선배가 이런 대접 받아도 되나? 머리 굴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고, 그러자니 신경이 쓰여 힐끔 쳐다봐도 눈도 안 주고 계속 게임기만 보고있지. 참 사람 죽이데."
"하하하, 선배님 그 건, 역에 내려서 다들 만나면 까꿍 할려고 했지예. 사실 오늘 산행에 우리 오는 걸 장선배님은 모르시거던요."
" 두번 까꿍 했다간 선배 마음 고생 엄청 시키겠네."
하하하, 호호호, 알만하다. 후배들에게 우상(산행 횟수) 에 가까운 선배가 완전히 무시 당하고 느꼈을 처참한 심경이라니.
 

경애의 귀여운 애교에 안 넘어 갈 사람 있던가? 잔치 국수를 한 그릇씩 먹어야 잠 잘 올 거라는 성화에 백산의 후배가 2차를 쏘고, 그 것도 아쉬워 노래방으로 향하여, (노래방에서의 얘기는 생략하겠음 .너도 나도 노는 모양과 노래 실력들이 비슷한께) 경애의 독무대는 쭈욱 계속되었다.


좋은 산과 참한 사람들 그리고 유쾌한 얘기, 너무 너무 즐거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