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산행기

새들 따라, 쉬었다 온 조령산

여해와담헌정 2011. 7. 19. 16:34

 

 

 

 만년 총무, 아니지 이제는 향숙이의 직함을 바꿔야 될 것 같다.

사무 총장, 제대로 된 것 같지 않은가?

(유엔에서도 사무 총장이 최고이고 정치권에서도 시시한 대표보다는 사무 총장의 힘이 막강하고 민간 단체들에서도 회장은 허울 뿐이고 실세는 사무 총장인것 같으니 우리 '재경 군성 산우회'의 보배인 향숙이의 역활과 능력을 능히 아신다면 이의는 없을걸로 알고 총장으로 승격시킴이 여하오?)

 

 38명의 별들은 향숙의 너른 품에 다소곳이 안겨 시시뺑뺑 산행을 하러 고속도로를 달린다.

지루한 우기를 방금 벗어난 산하의 짙은 여름이 더욱 푸르르다.

 

 조령산 들머리인 이화령에서 간단한 맨손 체조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제법 가파른 너덜길을 줄을 지어 오른다.

습기를 머금은 칠월의 산은 초록의 풋내를 내품고 길 섶에 간간이 핀 우산잎 하늘 말 나리가 주황색 웃음으로 반긴다.

 이마에서 땀이 흐른다. 한조각의 바람이 아쉽다.

능선 갈림길에서 이 무성 선배님이 갖고 오신 체리와 김 두영 후배님의 수박 사베트로 입이 호사를 누린다.

 조령 샘물을 그냥 지나칠려니, 한 모금 안 마시면 그냥 안 온걸로 된다고 누가 그러길레

 맑고 시원한 샘물로 마음의 갈증까지 푼다.

 

소나무 깔비가 깔린 부드러워진 길을 10여분 오르니 헬기장이다.

밝은 햇살아래 꿩의 다리 하얀 꽃 송이가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여름 햇살이지만 지루한 장마 뒤의 볕이라 그런지 반갑다.

 

 오르는데 한시간 삼십분, 내려가는데 한시간으로

우리 군성 산악인들의 실력으론 무척 미흡한 산행이니 시간이 널널하다고,

그래서 쉬며 놀며 하자던 약속은  산길에 발을 디디자 말자 아랑곳 없어지고, 평소 실력대로 숨 가쁘게 오르다 보니 어느새 조령산 정상이다.

 왼쪽 신선봉 너머로 월악산의 늠름한 모습이 보이고 오른쪽 시야엔 초록색 초가 지붕 같은 주흘산의 모습이 한 눈에 든다.

 해발 1126m 표지석을 중심으로 기별로 인증샷을 찍고 점심 먹을 자리를 잡는다.

 

 우리 15회의 식탁은 항상 좀 부실하다.

장석표의 단골 메뉴,3100원(김밥3000+포장비100) 김밥.

장재경의 방울 토마토와 막걸리.(오늘은 강병희 후배가 주었다는 연이파리 밥이 추가)

정우식의 과일과 김상수의 삼각 김밥, 박윤시의 컵라면,

그나마 허동화의 도시락이 (內者之德 이랄 수 있을랑가?))조금 맛깔스럽다.메실 장아찌와 열무 김치, 또 어란찜을 곁들인 오곡밥이어서.

더구나 유일한 여자인 김정연이 맨날 두텁떡 한팩만 쑤욱 내미니 얼마나 초라할 것인가?

술도 딱 하나, 막걸리 뿐이다.

그래도 어쩌랴, 한잔씩 따루어 건배를 하고 한모금 들이키니 무척 시원한 맛이,구수하고 소박한 우리 15회 친구들 마음 같다.

옆자리의 10회,12회 선배님들 자리는 주종도 다양하고 도시락 반찬도 항상 일품 요리들이다.

강원도 인제의 물고기 조림, 가죽나무 무침, 풋고추 썰어 넣은 정구지 부침개, 갖가지 진기한 음식에다 또 앵두주,매실주, 삼지 구엽초주 온갖 술이 등장한다.

오늘은 남자 몸에 좋다는 오디주를 이 상준 선배님이 갖고 오신것 같은데 한 모금 주실 기미가 없다.

(여자는 오디주 먹으면 안된다는 금기 사항이 약사법에는 없던데.ㅎㅎ)

대신,  내 친구의 사촌 시동생이신 이민원 선배님이 잘 삶은 문어를 나누어 주신다. 아마도 사돈댁에서 보낸 신 듯,부드럽고 구수한 맛이 안주감으론 최고다.

 

 원점 회귀 산행이라 약간은 지루한 하산길을 이 상건 선배님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수월하게 내려온다. 내가 고은의 <<그꽃>> '내려 갈때/보았네/ /올라갈 때/보지 못한//그꽃'을 읊었더니," 아하, 그 시는 우리 산꾼들을 두고 쓴 시네요." 김두영 후배가 산꾼 스타일로 해석을 한다. 어떠랴, 고은 시인이야 다른 뜻을 가지고 시를 읊었겠지만 읽는 사람이 자기 식대로 공감하면 되는게지.

 

 사무총장이 예약해둔 닭백숙을 먹으러 수안보에 내린다.

"저기 적산 가옥이 많네." 이상건 선배님이 가르키는 곳을 보니 내 눈엔 모텔이라 이름 붙은것만 즐비하다.

"일본 사람 나가고 조선 사람은 들어 가는곳"이라고 이무성 선배가 친절히 일러준다.

갸우뚱 거리니  "일(띄어읽기) 본사람 나가고, 조(액센트)선 사람..."  ㅎㅎㅎ 하여튼 선배들은 못말려!.

 

 . 신사역에 내리니 아직도 일몰이 채 가시지 않은 밝음이 남아있다.

"오빠들, 밝아서 집 못 찾아 헤메지 마시고 곧장 귀가 하시이소."

향숙이 품안에서 놓여나니 갑자기 미아가 된듯 허전하나, 어쩌겠나, 서울로 돌아왔으니, 서울 사람 답게 ,

바쁜척 지하철로 향한다.

무척 긴 여름 하루였지만 짧게만 느껴지는 아쉬움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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