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이야기

초안산의 가을

여해와담헌정 2009. 11. 20. 12:51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온 친구가 너무 오래만이지? 하며 약국엘 들렸다.

얼굴이 새까많게 그을려 안그래도 좀 강해 보이는 얼굴이 더욱 깡말라 좋은 인물 다 버렸다고 농담하며, 먼데까지 찾아 온 친구를 대접한다고 막걸리 두통 사들고 초안산엘 올랐다.

초안산은 이조 시대때 내시들의 무덤이 있는 산이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 제대로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고 산 그 분들의 기구한 운명도 참 눈물겨운 것 같다. 역사 속에서는 임금 곁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온갖 모사를 일삼는 사람들로 묘사되어 있지만 우리가 모르는 그 사람들의 애환과 슬픔이 많았을거로 짐작이 된다.

 

초안산은 주로 아카시아나 떡갈나무 또는 이름모를 잡목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흔한 진달래나 야생초 한 포기도 없는 무미한 산이다.

그래도 가을의 정취가 우리가 앉은 벤치 주변을 물 들고 있다. 잎을 떨군 키 큰 나무들 사이로 엷은 가을 햇살이 아스름하고 낙엽되어 수북이 쌓인 가을 잎들이 폭신해 보인다. 인적이 드문 좁은 산길도 정다운 느낌이다.

 

신문도 전화도 티 브이도 없는 문명을 등진 히말라야의 열흘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고 친구가 얘기한다. 모든게 잊어지더라고 한다.

그렇지, 죽을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던 일들도 어느땐가는 슬그머니 잊혀지는게 인간의 삶이다.

喜怒哀樂의 흔적들만 우리의 마음에 잠시 머물다 연기 같이 사라지리라.

"벌써 시월도 다 가네."

"그래, 사월의 노래 부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참 세월 빠르다."

히말라야 가서 道를 닦고 온 사람이나 초안산에 올라 인간사의 허망함을 느끼는 사람이나, 빠른 시간의 흐름에 아쉬운 맘 느끼는 건 별 차이가 없다.

 

초안산의 가을은 너무 고즈녁해서 더욱 쓸쓸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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