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이야기

설악가에 얽힌 애틋한 사연

여해와담헌정 2010. 3. 12. 14:37

설악산은 너무나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갖고 있다. 숨다리꽃, 박새풀, 둥굴레, 함박꽃, 전나무를 비롯해 하얀 껍질에 사연을 적어 보내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자작나무가 도처에 널려있다.

또 설악골, 용소골, 토막골, 곰골, 작은 바위골 등의 숱한 골짜기와 용이장성, 공룡능선, 화채봉 능선, 서북능, 천화대 등의 바위능선과 대청 중청봉을 휘감는 바람과 구름, 그리고 동해까지 거느린 산이다.

그리고 거기에 "설악詩"와 "설악歌"가 있다.

그 설악의 노래는 슬픈 노래, 아니 사랑하는 산 친구이자 연인인 그녀를 잃고 그리움을 삭이지 못해 매번 설악에 되돌아 와 부르는 서럽도록 아름다운 노래이다.

 

<굽이쳐 흰 띄 두른 능선길 따라

달빛에 걸어가던 계곡의 여운을

내 어이 잊으리오 꿈 같은 산행을

잘 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저 멀리 능선길에 철쭉꽃 필적에

너와 나 다정하게 손 잡고 걷던 길

내 어이 잊으리오 꿈같은 산행을

 잘 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외설악 초입에 있는 노루목 근처의 산자락에 가면 지금은 호텔과 여관등의 숙박 시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死者의 마을"이 있다.설악을 사랑하다 결국 설악의 품에 영원히 안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그곳에 설악가의 주인공인 세 사람도 고이 잠들어 있다. 애틋한 사연과 함께.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로지르는 공룡능선은 설악의 주능이며 그 설악골에서 왕관봉과 범봉 사이에 성곽 처럼 생긴 바위능선이 아름다운 사연을 가진 석주길이다.

석주길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은 송 준호라는 젊은 산악인이다.(산악계에서는 등산 코스를 개척한 초등 산악인에게 코스의 이름을 붙일 수 있는 命名권을 준다.)

송 준호와 ,엄 홍석, 그리고 신 현주는 등산 자일 파트너이자 친구이며 또 사랑하는 사이이다. 항상 셋이서 산을 오르며 다진  소중한 관계가 깨질걸 두려워한 송 준호가 두 사람 곁을 홀연히 떠난다. 그후 엄 홍석과 신 현주는 연인이 되어, 67년 설악산 천당폭 빙벽을 오르다  같이 자일에 묶여 추락하는 비운을 맞는다.

2년후 송준호는 천가지 꽃이 핀듯 아름다운 절벽,천화대에 바윗길을 개척해 먼저 간 두 친구의 이름 한자씩을 따 "석주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그들을 기린다.

1973년 홀로  토왕폭을 오르다 실족한 송 준호도 친구들을 따라 노루목에 묻힌다.

후일 그의 유품에서 엽서 한 통이 발견되는데,

 

받는 이:석주

주소:노루목

보내는 이:준

주소:벽에서

 

잘 있었나? 그동안 나는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네.

내일 벽과의 감격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네.

아니면 자네의 품으로...

(이하생략)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는건가?

막연하나마 느끼는 운명의 느낌을 갖고 생시에 그토록 잊지 못하던 친구와 마음의 연인을 따라간 한 젊은이의 애절한 마음이 녹아있는 설악가에 나의 마음도 아려옴을 느낀다.

 

                       20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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