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이야기

우리는 모험을 즐긴다.

여해와담헌정 2010. 3. 25. 14:34

우리는 모험을 즐긴다.

                                                               김 정연

 "사랑과 여행은 분명 어떤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그 공통분모의 이름은 바로 모험이라는 것."

여행가 최 범석이 그의 33일간의 기차 여행를 쓴 책 <<내추럴 트래블러>>에서 한 얘기다. 마음에 딱 와닿는  글귀다.

 

 나는 어디든 가는 걸 좋아한다. 잠깐 동안의 외출도 좋고, 긴 나들이도 좋고, 혹은 1박 또는 여러 날의 여행은 더욱 좋다.

 약국 문을 나서는 순간, 내 의식은 자유로워지고, 몸과 마음은 잡다한 일상의 고달픔에서 해방 된다. 낯 선 곳에의 호기심과 여행지의 생소한 모습은 나를 설레게 하고 흥분시킨다.

 동행이 있어야 한다. 마음이 통하고, 대화가 되며 먹거리도 비슷하여 무엇이든 죽이 맞는 사람이어야 좋다.

 작년 봄부터 한 달에 한번은 같이 여행하자고 약속한 친구들이 있다. 사월엔 동해안, 오월엔 비금리, 유월엔 강화도엘 다녀왔다. 우리는 산을 좋아하고, 행정학(고 스톱) 공부도 잘하며 밤 이슥토록 술도 잘 마신다. 지나간 어린 시절, 가슴 아픈 사랑 얘기, 고단한 현실의 못마땅함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술술 잘 이야기한다. 마음을 활짝 열고, 서로의 삶을 자기 것 인양 느끼며 위안을 나눈다.

 

 지난겨울의 여행지는 울진이었다.

 K의 옛 남자 친구가 우리를 초대한 것이다. 그는 우리들의 중학교 동창이기도 하며 울진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초청 명목은 "대게를 한번 드시러 오시압" 이라는 거였지만, '그 속을 누가 모를 줄 아나? 지금이 대게철도 아닌데 웬 수작? ' 우리는 낄낄대며 흔쾌히 울진으로 방향을 잡았다.

 서울에서 울진까지 내려가는 길은 멀고도 지루하건만, K는 옛사랑을 만난다는 흥분에, 또 우리는 그런 K를 놀려먹는 재미에 빠져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었다.

 해 질녘 찾아간 해변의 작은 도시는 우리의 어린 시절 마냥 순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몇 척의 어선이 한가롭게 떠 있는 동해의 푸른 바다와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우리를 아스라한 옛 시절로 되돌아 보냈는지, “별로 안 늙었네.” “중학교 적 소녀 모습이 많이 남아 있어.” 라며 서로를 치켜 올려주는 아첨도 자연스럽게 해대었고 '사랑이여'를 열창하는 친구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쳐 주었다.

 소주 한잔에 볼이 발그레한 K가 소녀 마냥 호호거리는 것도 예뻐 보이고 속이 덜 찬 대게도 맛있었거니와 대머리가 약간 벗겨진 동창의 모습도 멋있어 보이니, 낯선 여행지에서 일탈을 꿈꾸는 모험심 아니면 어떻게 이런 신나고 즐거운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봄이 오는 기척에 벌써 마음이 살랑대는 할메들이 또 어떤 모험을 꿈꾸게 될지, 올 봄의 여행이 기대가 된다. 

                                 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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