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산행기

겨울 도봉산

여해와담헌정 2016. 4. 8. 12:25

도봉산 심설 산행기




 토요일 저녁에 불현듯  군성 산우회 보배들이 생각나서, ‘일요일 도봉산 가자.’ 했더니,

흔쾌히 수락하고 동참 해준  병희와 창식, 두 후배와 번개 산행의 아기자기한 맛을 음미하며 보문 능선길을 오른다. 겨울의 끝자락, 그동안 추운 날씨에 움추렸던 기지개를 성급히 켜고 싶은 바램들인가, 도봉산 초입부터 등산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늦은 저녁쯤 눈,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보문 능선 우이암 방향으로 길을 접어들자, 세찬 바람이 산간을 흔든다. 모자 위에 쟈켓 후드까지 여며 쓰고 산길을 걷는다.

쇠줄도 타고 나무 계단을 힘겹게 오르니, 눈앞에 우이암이 우뚝하다.

멀리로 오봉과 주봉, 자운봉 선인봉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경관에 탄성을 터트린다. 심호흡을 하며 산의 정기를 온 몸으로 받아드린다. 겨울산의 허허로운 모습에 세속의 욕심에 일그러진 마음도 헹구어 낸다.


 커다란 바위 두 서너 개가 어슷 놓여져 바람막이 자리로 안성마품인 곳을 발견하곤 전을 펼친다. 포항 과메기와 컵 라면, 그리고 크라우드 맥주로 부라보를 외친다. 가끔 혼자서 산을 오를때는 자기 자신에게 침잠되는 순수한 느낌도 좋지만, 때로는 시끌벅적한 무리 중에서 혼자인 자각으로 쓸쓸함도 느꼈던 터라, 자분자분 심중의 얘기까지 털어놓는 병희와 민첩하고 사근사근한 창식 후배의 보살핌으로 오늘은 외롭지가 않다.


 우이암에서 원통사를 거쳐 무수골로 하산하는 이정표를 따라 오솔길로 들어서니 부슬거리던 눈이 본격적으로 퐁퐁 내린다. 겨울나무 가지에 설화가 피고, 길섶의 잡목더미에도 눈이 쌓인다. 봄을 맞을 채비로 작은 멍울들이 맺혔던 진달래 가지에도 눈은 내린다. 도봉산의 품에 안긴 자연과 세월은 하얀 눈 너울을 쓰고 고즈녁해 진다.

 

바윗돌이나 낙엽 위에도 눈이 살포시 깔리니, 조심조심 발을 옮긴다.

원통사에 들려 법당 앞 절 마당에서 부처님께 합장을 한다.

원통사에 얽힌 병희의 가족사를 방금 전 들었던 터라, 그의 합장하는 마음에 이심전심이다.

지나간 삶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고 앞으로의 평온한 세월을 염원하는 기도이리라.


 ‘이런 심설 산행은 정말 오랜만에 하는군요,’ 병희의 즐거워하는 모습이 속세를 벗어난 천진난만의 아기 부처님 같다.

‘나뭇가지를 잡고 서세요, 아니 무릎을 탁 구부리세요,’ 또는 산비탈의 경사진 나무에 등을 기대고 서서 살짝 하늘을  쳐다보기를 명하는, 문찍사의 까다로운 주문에도 다소곳하게 포즈를 취하는 나는 해탈한 부처인가? 선배님 덕에 오늘 멋진 눈 산행을 했다고 치하를 하는 두 후배에게, 눈 보시를 베푼 나는 공양주 보살임에 다름 아니겠지. 언감생심, 해탈한 부처, 공양주 보살 운운은 크라우드 한 캔의 위력은 아니고 도봉산에 눈이 펑펑 내리는 탓이렸다. 

                    2016,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