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산행기

[스크랩] 여름 북한산 산행기

여해와담헌정 2013. 7. 3. 14:11

 

                비가는 소리

 

   비가는 소리에 잠깻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 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不協和의 음정

 

  밤비에도 못다 씻긴 휘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 끌며 따라 가는 소리, 뒤돌아 보는 실루엣, 수묵으로

  번지는 뒷모습 가고 있는 밤비 소리, 이 밤이 새기 전에

  돌아가야 하는 모양이다

 

  가는소리 들리니 왔던게 틀림없지

  밤비 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은 몰랐다가 갈때 알아차리는

  어느새 가는소리 더 듣긴다

  왔던 것은 가고야 말지

  시절도 밤비도 사랑도...죄다.

 

                                   -유 안진-

 

우리의 시절이 가고 있다.

가는 시절을 아쉬워 하는 다섯은( 김시국, 탁정부, 두진석, 박영호, 김정연)

여름 산, 녹음 진 북한산엘 오른다.

밧줄 잡고  암릉 바위를 오르고,

좁은 오솔길의 쑥부쟁이와 눈맞추며 편안한 흙길도 걷는다.

계곡의 물도 가물어 가는 더운 날, 무척 덥다. 땀이 비오듯 흐른다.

사모바위 아래 쉼터에서, 가볍게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즐긴다.

오늘의 화두는 '김시국 실종' 이다.

왜, 시국이는 우리 일행을 이탈하여 엉뚱한 곳으로 갔을까?

진석과 영호의 증언에 의하면, 앞에 가는 여성의 뒷태가 멋져서 였다는 사실이다.

'하, 시국이는 아직도 젊구나' 정부의 탄식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린다.

모두들 '그럴수 있냐?' 고, '오십년 넘은 우정을 헌신짝 처럼 버리고 생면부지의 여성 ***를 따라갈 수 있냐고?'들

아우성을 쳤지만, 본인 시국은 애써 변명도, 그렇다고 진실을 밝히지도 않는 애매모호한 염화시중의 미소를 띄고 있으니...

허지만, 이 더운날, 일행을 잃어버리고, 향로봉, 비봉을 헤메고 다닌 몸고생, 마음 고생이 오죽 했을까,

속으로들 측은지심이 발동하였을 터.  그러나 시국의 고생이나, 친구들의 측은지심도 그냥 정연이의 짐작일 따름이다. ㅎㅎ

 

하산 길에, 후두둑 빗소리가 들린다.

잠시, 큰 나무  아래로 몸을 피하니,

나뭇잎들은 빗방울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우리들을 가려준다.

하늘엔 먹구름도 없고, 비를 몰고 오는 마파람도 불지 않으니,

그냥 잠깐 동안, 슬쩍 지나가는 여름 소나기, 아주 가벼운 비인 모양이다.

 

구기동 어느 밥집에 자리를 잡고,

막걸리, 생맥주로 해갈을 한다.

산위에서, 정상주 한잔 못 마시는 아쉬움에 투덜대던 마음들이 시원하게 풀린다.

오랜, 엣날 친구들과 함께하는 산행은 편안하고 즐겁다.

해가 길게 남아있는 하오에 전철역으로 향한다.

우리는 이래뵈어도 '지공파' 들이다. ㅎㅎ

 

덧붙임: 제발, 이탈의 행적에 대하여 함구해 달라는 시국의 뇌물(파전, 묵무침, 막걸리 등) 공세가

           있었지만, 정연이가 누구인가? 그 정도 뇌물에는 끄떡도 안한다.ㅎㅎ (부중 남학생들, 겁 좀 날기다.)

 

 

출처 : 부중18회
글쓴이 : 여해 원글보기
메모 :

'산행기 >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도봉산  (0) 2016.04.08
[스크랩] 7월 산행, 민주지산  (0) 2013.07.24
[스크랩] 금수산의 눈길 / 오태동의 아름다운 산하(1)  (0) 2013.05.09
이렇게 11월이 간다  (0) 2012.11.26
운장산의 산죽  (0) 2012.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