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산행기

이렇게 11월이 간다

여해와담헌정 2012. 11. 26. 17:01

 

 

 잎을 떨구고 선 나무들, 가지 사이로 겨울 초광이 따스하다.

편안한 흙길에 떨어져 쌓인 낙엽을 밟으며 초겨울의 쏴한 산내음을 맡는다. 가슴이 상쾌하게 열린다.

오늘 용마산과 아차산 산행에는 10회 선배님 네분과 12회 한분 그리고15회 둘, 모두 일곱이다. 참 단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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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오솔길도 지나고 아스팔트 깔린 찻길도 지나고 343개의 나무 계단을 힘겹게 오르니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조망대가 있다.  한강의, 겨울의 시린 빛이 아닌, 늦은 가을의 잔광을 품은 강물이 정답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보인다, 길과 길을 이어주고 마을과 마을로 다다르게 하는 다리. 그리고 내 마음엔 머언데 있는 사람을 그리워 하는 다리가  놓여진다.

 

 산등성 양지 바른 곳에 오손도손 둘러앉아, 정상주를 마신다. 최상호 선배님이 따루어 주시는 막걸리가 시원하고 달다. 얼굴과 키가 훤칠하신 최선배님은 요량도 넓다. 막걸리 한병이 모자를것 같다고 산초입에서 한병 더 챙기셨으니. 과일과 감 말랭이 뿐인 안주가 좀 부실하다. 하지만 하산후  메밀요리  먹을 기대에 아쉬움을 달랜다.

 

 길섶, 양지녁 산비탈에 노오란 꽃이 웃고 있다. 개나리다. 저런 철딱서니 없는 것 같은니라구. 시절도  모른채 빼꼼히 웃음을 피우는 개나리가 그래도 반갑다. 박이환 선배께서  그냥 지나치실리가 없지. 다이와 나애를 모델로 찰칵 셔터를 누르신다. '봄을 기다리는 여인들' 이런 제목을 붙이면 안될가.

 

 '관룡탑' 속 부처님께 절을 올린다. 어떤 부부가 평생을 기도하며 쌓아올린 돌탑이 기이롭다.

그 부부는 무엇을 갈구했을까? 오늘의 나의 기도는 '둘째놈 장가 가게 해 주셔요' 이다

 

  내려오는, 또 올라가는 사람들과 자주 부딪친다. 산에서 사람들과 부딪치는건 정말 언잖다. 산이 신음하는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세속의 고단한 일상을 벗어나 자연의 품에 안겨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고 위로 받고 싶은 인간의 작은 욕망을  나무랠수만 없지 않을까. 나 부텀도 일요일이면 만사 제치고 산엘 오는 극성이니. 산에게, 나무에게, 작은 풀벌레나 길섶의 짓밟히는 잡초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인다.

 

최옥의 詩를 읊조린다.

 

   그렇게 11월이 왔다

 

별빛을 거두며/비를 뿌리며

그렇게 11월이 왔다

나도 조금은 차가운 눈빛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라는/생각을 가지며

우리가 밤하늘에서/찾을것이 별빛뿐이 아님을

깨닫는다

 

비에 젖다가...젖다가...

빗물에 쓸려 가는 잎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선 나무의

눈빛...우리도 조금은 닮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물음속에

그렇게 11월이 왔다

우리가 나무에서/얻을것이 열매만이 아님을

문득 깨닫는다

 

 예전에 나는/뒹구는 잎사귀들이

사랑을 잃어버린/나무의 흔적이라 여겼지

잎이 몸을 떠나는 순간부터

뿌리깊이 만남을 준비하는

나무의 깊은 마음을 모른채

 

       ㅡ최 옥ㅡ

 

나무의 깊은 마음을 모른채 11월을 보내고 싶지가 않다.

바람에 쓸려가고, 부서지는 낙엽을 가만히 바라보고 선 나무의 눈빛을,

나도 조금은 닮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산을 내려온다.

 

 

붙임: 산행길과 메밀묵 집을 안내하신 정민용 선배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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