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합니다,~,생일 축하합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 축하 팡파레가 울려 퍼지며,
우리들, 군성 산우회 회원들은 아이스케끼 하나씩을 들고 축하 노래를 부른다.
'사랑하는 선배님~~~, 생일 축하 합니다.'
굳이 나이를 셈하자니 칠순이지, 이 정용 선배님은 아직 장년 같은 젊음을 유지하고 계신다.
하, 앞 뜰에 배롱나무가 활짝 핀, 빗물 머금은 능소화가 반기는 영동 황간의 어느 밥집에서,
특이한, 작은 솟뚜껑을 뒤집어 놓은 모양의 그릇에 지글지글 비벼진 산나물 비빔밥을
저녁 공양으로 한 턱 쏘신 선배님께 아부를 떠는 말은 결코 아니다.
서른 일곱의 별들은 한마음이 되어 선배님의 남은 여생도 멋진 날들이기를 진정으로 염원한다.
강원도 인제의 아침가리 계곡 트래킹으로 계획 되었던 7월의 산행이 집행부의 고심과 신속한 결단으로
경북 영동의 민주지산으로 변경 되었다는걸 아침 버스안에서 듣게 되었다.
사실, 계곡 트래킹중 갑자기 불어나는 급류에 (서재룡 산행 대장의 표현을 빌자면, 물이 서서 막 내려오는,)
휩쓸려 떠내려 가다, 앗뿔사!... 이런 끔찍한 상상을 하고는 산행 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날로 달로 말씀도 청산 유수 같고 선물도 그저 챙겨 주시고 싶어 몸살을 앓는 윤병만 회장이 전화를 해서는
'선배님, 걱정마시고, 지가 잘 챙기고 모실터이니 참석하시이소'
반 애원 아니 반 강압적인 회유에 넘어가서 마침내, 민주적인 산으로 가게 되었다.
마침 옆자리에는 권영기 선배님의 어부인, 김 귀분 교장샘이 앉아서 조잘조잘, 어찌나 재미있게 얘기를 잘하는지,
금새 각화산 자락에 당도하게 되었다.
우선 1202미터의 각화산 정상에 올랐다가 산 능선을 타고 민주지산으로 향하는 코스다.
햇빛은 구름 속으로 숨고 비를 머금은 바람이 술렁술렁 불어와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숨 찬 가슴과 등에 뵌 땀을 식혀준다.
빗발을 피해 풀 숲에 숨어잇던 풀벌레들이 사람의 인적을 느끼곤 바스락 소리를 내며 달아난다.
원추리와 하늘 나리의 주홍색이 진초록의 풀숲에서 요염한 빛을 발한다.
산수국의 특이한 꽃 모양새도 어여쁘다. 동전 만한 잉크색갈의 꽃을 둘러싼, 여덟개의 옅은 하늘색 꽃잎.
그 하늘색 꽃잎은 벌과 나비를 부르는 역활을 한다고 한다.
나비나 벌이 와서 꽃과 사랑을 하게 되면 그 여덟의 바깥 꽃잎은 사르르 져 버린다니 참으로 히얀한 꽃이다.
어떤 향이 나는지는 코를 가져다 대는 기회를 놓쳐서 아쉽게도 확인하지를 못하였다.
그리고 동자꽃에 (꽃잎의 색은 주황이고 들국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얽힌 사연도
'살아있는 식물도감' 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무성 선배님이 친절히 알으켜 주신다.
설악산 오세암이 배경이고 때는 엄동설한 추운 겨울이었다.
스님 한분과 다섯살 바기 동자하나가 암자에서 생활 하던중,
식량이 떨어진 스님이 탁발하러 산 밑으로, 혹은 저자거리로 내려가셨다.
홀로 남은 동자는 스님이 오시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아니 부처님이 무심하시다고 해야 옳을터.
추운 날씨에 바람이 빈 나무가지를 흔들며 소리내어 불고, 급기야는 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산간에 한자 이상의 눈이 쌓이고 스님은 도저히 암자로 올라 오실 수가 없었다. 스님이 발을 동동 구르고 애만 태우기를 7일여,
허겁지겁 암자에 당도해 보니, 이미 동자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잠자듯 방에 누워 있고,
방 아랫목 이불속엔 밥 한그릇이 있었다.
동자는 자신의 배가 고픈걸 참고 스님 오시면 잡수시라고 밥 한그릇을 정성스레 챙겨 두었던 것이다.
이듬해, 동자의 무덤이 있는 자리에 예쁜 꽃 한송이가 피어 올랐다.
동자의 아름다운 넋이 꽃으로 피어난, 소박한 모양의 황색꽃은 민주지산을 오르는 산길에 무수히 많이 피어 있었다.
산 정상 조금 못 미쳐, 식탁을 차리고 막걸리로 갈증을 푼다.
가가호호의 특색있는, 음식들이 전을 편다.
오늘의 장원 요리는 단연 권영기 선배님의 맛깔스런 반찬들이다.
우엉 조림과 깻잎 장아찌, 그리고 멸치 뽁음 등.
버스안에서 김 교장샘이 하던 이야기가 진실이었음을 입증한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권영기씨와 다시 결혼 할거다'라는.바쁜 마나님을 위해서 요리학원 까지 다니며, 맵지 않게, 짜지 않게 입맛에 맞게 조리해 올리는 정성에
그 어떤 여자가 감복하지 않으리오.
아, 김두영 후배님의 어부인이 해 보낸 돼지고기 두루치기도 일품이었다. 밥 반찬으로든, 술 안주 감으로든.
민주지산의 정상석을 둘러 싸고 사진을 찍는다. 선배, 후배, 동기가 어울려나중에, 먼 훗날에 남는게 뭐 있겠나? 사진 밖에는.
아, 또 마음도 남을 수는 있겠다.
운무를 실은 바람이 머리칼을 날리고 옷 속으로 스며든다. 땀이 식는다.
첩첩산으로 둘러쌓인 산이라는 뜻의 이름답게, 민주산은 여러 산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저 멀리 머언 동네의 다소곳한 풍경까지도 품고 있는듯 하다.
흐린 날씨 때문에 시야가 트이지 않으니 마음으로만 느껴지는 정다움이다.
하산길은 지루한 너덜길이다. 바짝 긴장을 하며 조심스레 내려온다.
산자락 즈음하여 콸콸 흐르는 맑은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피로가 풀리고 비로소 산의 속삭임을 듣고, 자연의 모습을 본다.
적당히 어우러지는 열기와 습기가 여름 숲 속 증생들의 생명력을 북돋워 뿜어내는 기운이 산간에 가득하다.
산길에서 계곡 위로 걸쳐진 흔들흔들 구름다리를 건너 황룡사 경내로 들어선다.
부처님 전에 합장을 하며 소원을 빈다.
나이 들고 늙어가는 소치인가? 몇년 전만 해도 부처님께 '마음을 비우게 해 주십사' 빌었는데,
요즈음은 '우리 아이들 앞날이 빛나고, 무탈하게 해 주십사' 욕심을 부린다.
부처님의 자비로운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인자해 보이니. 내 욕심을 애교로 봐 주시는 모양이다. ㅎㅎ
알뜰하고 인심 좋은 강 병희 총장이 마련해준 표고 버섯을 넣은 배낭을 들고 서울의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달도 없고 별도 없는 도시의 혼탁한 어둠이 슬그머니 몸을 에워산다.
한달 후에 다가올 8월 산행을 벌써 기다리는 마음이 된다.
2013,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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