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산행기

청계산(양평) 산행기

여해와담헌정 2009. 5. 11. 17:11


국수행 전철안은 많은 등산객들로 무척 혼잡하다.
아는 얼굴이 혹시나? 하고 두리번 살펴 보았지만 나하고 눈 마주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스쳐지나 가는 창밖의 풍경에 눈을 두고 머리속을
비워본다.
산과 들이 지나고, 강 물에 부딪치는 햿살의 눈 부심에 아! 하고 작은 탄성이 인다.
운길산역을 지나고, 또 양수리를 지나 열차는 국수역에 닿는다.
역광장에 나오니, 18회 후배들이 왁자하니 모여서 있고 (지난 번 예봉산 산행도 같은 코스였는데, 이번 청계산 산행도 같이다. 그리도 이 선배
들이 좋은가? 자꾸 따라 다니게 .ㅎㅎ) 15회에선 만곤씨 혼자서 나를 보고 반긴다.
"선배님, 천천히 오세요.먼저 갑니다." 후배들이 먼저 떠나고 우리 둘이는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시골역 한 모퉁이에서 친구들을 기다린다.
다음 열차에선 등산객들이 더 많이 쏟아져 나오고, 우리 친구들이 모인다.
재경씨, 진무씨, 순양이, 석표씨, 모두 여섯명이다. 봄이 되니 다들 분주한가? 출석율이 저조하다.
그럼 뭐 어때? 서운함도 잠시, 우리는 활기 찬 걸음으로 청계산을 향한다.
봄이다.
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은 귓 볼을 스치고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고 있는 무덤들도 편안해 보인다. 산세가 좋은지 무덤들이 꽤 많다.
좁은 산길은 퇴적한 낙엽과 떨어져 쌓인 소나무 깔비가 폭신한 흙길이다.
그 좁은 길을 사람들이 줄을 지어 오른다.
땀이 나는지, 옷들을 하나씩 벗고 한결 가벼운 차림이다.
산 사나이 재경씨가 발걸음을 늦추며 우리와 보조를 맞추고, 석표씨가 순양이와 나를 살피며 마음을 써 주니 무척 고맙다.
두달여 전만 해도 한적하고 적막했던 산이 너무 빨리 사람들의 분잡과 등쌀에 몸살을 앓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여 안타깝다.
계단을 놓는다, 전망대를 만든다, 산 곳곳에 기계 돌리는 소리와 쿵쾅 망치 소리가 너무 거슬린다.
산은 산대로, 강은 강대로 있는 그대로 보면 안 되나? 그 느낌이 훨씬 순수할진데....한심해서 절로 한숨이 나온다.

형제봉을 지나, 청계산 정상에 오르니,가까이로는 예봉산과 운길산이 보이고,조금 멀리 용문산도 눈에 들며, 가물가물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아득하다. 등산객이 너무 많아 시골장터 같이 소란스럽다.
서둘러 증명사진 한장 찍고, 정상을 조금 비껴난 양지쪽 무덤 옆자리에 식탁을 차린다.
막걸리, 매실주를 나누어 마시고 카레라이스밥, 오곡밥, 컵라면, 또 김밥, 과일, 커피까지 오손도손 나누어 먹고 천천히 하산을 한다.
산 등성이에서 능선을 따라 하산하는 길은 그렇게 힘 들지는 않은데, 오후 되면서 서서히 부는 바람이 약간씩 세어지는 듯 하여 자연히 걸음이 빨라진다.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은 불어 와 머리칼을 날리고 송골송골 맺는 땀방울을 식혀준다.
멀리서 들리는 듯 졸졸 계곡물 소리와 가끔씩 날아오르는 산새의 날개짓 소리가 마음에 파문을 인다.
비우려 해도 비워지지 않고, 벗어나려해도 벗어나 지지 않는 인간의 어리석은 집착이여!
가벼워지고 싶다.

주도면밀한 재경씨가 양평의 이름난 맛집을 알아 와 전화로 예약을 하고(좌석 이 아니라 장수 막걸리 다섯통 예약) 우리는 막걸리를 행여 딴
손님에게 빼앗길가봐 양평 선지 해장국 집에 잽싸게 자리를 잡고 막걸리를 확보한다.하하 너무 재밌어.
수육과 해장국을 곁들인, 하산주는 너무나 시원하고 달다.
또 정이 든 친구들과 허심없이 나누는 얘기들은 왜 그리 즐거운지.
18회 후배들은 인원이 많아 ,헤메다 엉뚱한 곳에서 후풀이를 한다고 연락이 오고.(자기네들끼리 놀으라지..치)

간발의 차이로 열차를 놓친 우리는 , 잘 됐다는 듯이 다시 역 앞 주막집에서 시원한 맥주로 입가심을 한다.(10분 동안)
다음 4월 산행도 이쪽 운길산으로 정하고 바람이 슬슬 잦아들어 저녁 어스름이 살며시 내려 깔리는 청계산을 뒤로하고 우리는 열차에 오른다.

붙임: 석표씨는 회장답게 라면도 2개. 김밥도 2개 또 커피도 2봉 준비하고 그리고 맥주와 새우깡 값도 지불했음.(헌데 시골맥주는 병당
1000원씩이나 싸서 3병에 9000원만 내고도 고맙다는 치하를 들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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