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재촉하는 비는 바람에 실려 조용히 내린다.
서울대 공학관에서 산길로 접어 들었을 때 후두둑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
“아이 비가 많이 내리네.” 하니, 나뭇잎에 머물러 있던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이니 걱정마라 하며 누가 일러준다.
우산을 쓰고 앞사람 꽁무니만 열심히 쫓아 가자니 산의 기상이 어떠한지, 어떤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있는지 그리고 함초롬이 젖어 있을 산의 아기자기한 모습은 살필 겨를이 없고 오로지 콧속으로 스며드는 풋과일 같은 싱그러운 내음만 맡을뿐
항상 후미에서 여학생들을 묵묵히 보살펴 주는
장병찬 동문이 오랜만에 참석하여 무지 반가운 마음이다.
장석표 동문의 예리한 정치 비판의식
민천식 동문의 해박한 역사 지식
또 이곤호 동문의 다양한 인간 교류의 에피소드를 듣다 보니
벌써 연주암이다.
이마에 난 땀을 훔치며 휘돌아 보니 가까이 멀리 에어 싸고 있는 산등성이에 안개비 구름이 자욱하고 소리 없이 내리는 비에 온통 산간은 고즈녁하다 못해 적막하기 까지 하다.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해본다.
요사체 툇마루에 걸터 앉아 간단한 요기를 하며
오늘 산행의 후풀이는 <경산집>을 탐방하는 것으로 만장일치 의견을 보았다.
과천 방향의 하산길을 많이 수월했다.
나무계단과 나무다리들 (둥그런 모양의 , 콰이강의 다리라 하기에도 내가 좋아하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라 하기엔 더더욱 안 예쁜) 덕택이다.
과천과학고 옆길은 너무 낭만적이어서 어느 외국의 대학동네에 온 것 같고 조용하고 깨끗해서 부러운 마음이 생긴다.
듣던 대로 <경산 집>은 여러 번 놀래 키운다.
좁은 골목길 속에 숨어 있어서, 또 방이 너무나 작아서, 주인 아주머니의 미모에 놀랐고
정구지전과 잔치국수의 맛있음에 놀랬다.
또 하나, 부중 부고 10년 선배님 한분이 오셔서 학창시절과 은사님들 얘기까지는 좋았는데
교가 한번 불러보라 하시는 통에 조금 놀랐다. ㅎㅎ
뒤늦게 달려온 도진무 동문의 새 며느리 자랑도 훌륭한 안주감이다.
악수하며 헤어질 때 비오는 날의 산행의 맛은
이런 푸근한 옛 고향의 음식맛과 동문들의 정다움을 느낄 수 있어 정말 좋다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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