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라 산은 촉촉했다.등산로 초입에는 주황의 산 나리가 여기저기서 자태를 뽐내고,산철쭉이 지고난 잎 그늘속엔 노오란 매미꽃이 수줍은 듯 얼굴을 내 밀고,듬성듬성 보이는 원추리의 보라색이 녹음과 제법 어우러진다.코에 와 닿는 흙냄새.아 그리고 가슴깊이 스며드는 잎들의 싱그러움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산은 올때마다 다른 모습이다.지난 번엔 햇살아래 밝고 반짝이더니,오늘은 비를 잔뜩 머금은 바람속에서 슬렁슬렁 일렁이는 모습이 조금은 스산하다.가파르지 않고 완만한 오름새가 나이 든 사람에겐 딱이다.
정상에 가까와 지니,사람들이 꽤 있다.편안한 자리들을 잡고서 담소를,또 술판을 또는 화투를 치는 사람들도 많다.
잘 생긴 소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멀리서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부중 18회,열 여덟명에게 문자를 띄웠다.(......그대를 그리워 하노라.)
그랬더니,문자오고,전화 받느라 베터리가 그만 끝나버렸다.고요 적적 한 기분도 다 달아나 버려서,
그래서 하하 웃으며 할 수 없이 하산하는 길은 무척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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