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산행기

아차산 산행기(6)

여해와담헌정 2009. 5. 11. 17:28

날씨가 많이 풀려 가벼운 차림으로, 스틱 2개만 챙겨 산초입엘 들어섰다.
장로회 신학대학에서 아차산성으로 오르는 등산길은 비교적 한적하고, 퇴적한 낙엽과 어우러진 흙길이 폭신하다.
의외로 길은 촉촉히 젖어있고, 아침안개가 안 겆힌 어렴풋한 산내음과 흙내음이
어우러져 먼지 안 일어나는 쾌적함을 느끼게 한다.

갑자기 머리와 어께위로 후두둑 굵은 빗방울 같은, 어쩌면 우박같은 얼음이 떨어진다.
놀라 위를 쳐다보니, 아! 이럴수가? 소나무 가늘디 가는 이파리에 흰 얼음꽃이 빈틈없이 피었는데, 아침 햇살에 슬며시 녹으면서,
투둑, 후루룩 소리내며 땅위로 낙하하니, 너무나 아름다운 정경이다.
눈이 내려서 쌍인 건 아니고, 비가 와서 얼음이 된 것도 아니고, 그럼 무얼까?
밤 사이 짙은 안개가 소나무 이파리에 성애가 되어 얼었던 걸까?
진기한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이쪽 길에는 소나무가 꽤 많다.
솔향의 샤한 내음을 맡으니, 가슴이 훤히 뚫린다.
<연리근>을 지나 대성암쪽으로 방향을 잡으니, 사람들이 꽤 많아진다.
길에서 일어나는 먼지와 사람들이 지어내는 소음은 얼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들을 피하듯 나는 발걸음을 빨리하여 (오늘따라 몸 상태가 무척 좋다) 대성암 부처님전에 삼배하고, 따끈한 차를 한 잔 마신다.
아차산 3,4 보루를 지나. 내가 혼자 잘 쉬는 나무그늘에 앉으니, 산은 봄 기운에 슬몃슬몃 뒤척이며 나를 편안히 안아준다.
아직도 덜 개인 안개 때문에 멀리로 한강이 하늘인 듯 구분이 안 되고, 강에 걸린 다리가 하늘다리 같아 보인다.
오늘은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오늘이 정월 열나흘 ,
옅은 구름사이로 햇살이 아련히 비추니,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밤에는 정겨운 달님을 볼 수 있을지도 몰라.
그래서 내가 빌어보고 싶은 소원을 하나 둘 마음속에 새겨본다.

"건강하고, 편안하며 ,자비로운 마음을 갖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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